[스티브 잡스 2.0]   39. 새로운 시대의 밑그림

August 25,2012                      hit:(6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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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미국 IT업계를 장식한 최대 뉴스는 삼성과 애플의 법정 공방 드라마였다. 조만간 배심원 평결이 나올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 15일 월스트릿 저널과 블룸버그 뉴스는 미국 케이블 TV회사들이 애플과 맞춤형 셋톱박스 공급을 논의중이라는 기사들이 터져나왔다. 실리컨 벨리의 수많은 전문가들은 “드디어 올것이 왔구나”하는 생각이었다.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이들의 생각은 사실 “스티브 잡스의 밑그림이 드디어 빛을 보는구나”로 바꾸는게 맞다.

미국의 Pay TV 가입자는 현재 1억 가구를 상회한다. 위성과 케이블 TV사가 주도해온 Pay TV 가입자는 92년부터 매년 증가일로의 상승곡선을 구려왔지만 2006년을 꼭지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미케이블협회(NCTA)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케이블 TV 업계만 놓고 볼때 2011년 1백만이 넘는 가입자가 떨어져나갔으며 올해 2사분기에만도 45만 가입지가 증발했다.

전통적인 위성/케이블 망 사업자들의 Pay TV 서비스가 타격을 입는 가장 큰 이유는 인터넷을 통한 다양한 비디오 스트리밍/다운로드 서비스의 활성화다. 하지만 수백개에 달하는 채널 서비스가 사용자들에겐 오히려 불필요하게 많다는 부담으로 작용해왔으며 그 복잡한 사용법에 대해선 더 큰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케이블 TV사들이 애플과 협의를 진행중이라는 보도는 전문가들에겐 이미 예견됐던 일이지만 이제 새로운 TV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음을 시사는 것이다.

또 하나의 새로운 시대가 애플 주도하에 진행된다는 것은 어찌보면 스티브 잡스의 밑그림대로 Pay TV 업계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과 같다. 애플은 이미 2006년 “애플 TV”란 제품을 선뵀다. 하드디스크가 장착된 셋톱박스로 TV세트에 물려 인터넷으로 티브이를 보고 녹화도 하고 또 사용자의 맥 컴퓨터 아이튠스에 재워진 비디오/음악 파일을 TV에서 보고 듣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품이었다. 하지만 유사한 기기들이 이미 케이블/위성 셋톱박스로 보급돼있었고 애플 TV는 당시 애플팬보이스들에게만 제한적으로 보급된 제품이었다.
하지만 아이팟과 아이폰 그리고 아이패드가 애플의 주력상품으로 등장한 가운데 마찬가지의 운영체제 iOS를 장착한 “Apple TV 2″가 2010년 가을 잡스에 의해 재탄생한것은 새로운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우선 이전 모델의 3분의1에 해당하는 99달러라는 착한가격이 한몫했다. 손바닥 사이즈의 애플TV2는 전세대 모델과 달리 저장공간없이 맞춤형 iOS 운영체제가 포함됐고 아이폰/아이팟터치/아이패드/컴퓨터의 동영상/음악 파일을 TV로 땡겨본다던지 아니면 인터넷 TV로의 직접 연결되는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 모든 기능이 버튼 세개로 만들어진 리모컨 하나로 작동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렇게 사용하기 쉬운 셋톱박스는 전무했다.

애플TV2를 선보이던 잡스는 새로운 앱을 함께 소개했다. AirPlay가 바로 그것이다. 에어플레이 앱은 하나의 와이파이망에 연결된 아이폰/아이패드 등 애플 기기에서 손가락 터치 한번에 보고있던 동영상과 음원 파일을 애플TV2로 날려줘 TV를 통해 구현해준다. 단순한 기능이지만 에어플레이가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지 당시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더군다나 잡스는 이날 애플TV2를 “애호가(hobbyist)들을 위한 제품”이라고 연막을 쳤다. 9개월전 아이패드를 소개하면서 “magical,” “revolutionary”라고 호기를 부리던 그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태도였다.

그 배경을 보면 이해가 될만도 하다. 방송사업은 망에서부터 권력이 나온다. 1946년 미의회가 방송사에 공중파 사용을 허락했을때만도 방송사업이 오늘날처럼 거대기업으로 성장할지 전혀 몰랐다. TV세트의 급속한 보급으로 공중파를 통해 전국으로 방송 프로그램을 내보내던 ABC, CBS, NBC는 유일무이한 “네트워크”로 불리며 굴지의 언론그룹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90년대를 들어서면서 이들의 네트워크 헤게모니는 서서히 케이블TV사로 이동했다.

공중파는 좁은 밴드위스(bandwith) 때문에 채널 서비스의 한계를 갖었고 대신 동축 케이블을 이용한 채널 유통사업이 각광받게 된 것이다. 케이블사가 제공하는 채널은 수백개로 늘어났고 ABC, CBS, NBC 등의 방송사는 스스로 그 많은 서비중 하나가 돼버리는 상황에 직면했다. 결국 인터넷과 전화 망사업까지 손을대기 시작한 케이블업계는 디지털 시대를 맞으면서 미국통신업계의 중추신경으로 거듭났다 이들의 다음 수순으로 미 메이저 방송사들을 손에 넣기 시작했다. 컨버젼스 효과를 노리고 케이블 망사업자와 할리웃 영화사 그리고 방송사의 짝짓기 인수합병 바람이 불었고 케이블 회사들은 최대지분을 확보하면서 실질적인 미국의 메이저 미디어 그룹 지배자로 올라섰다. 컴케스트, Cox, TimeWarner 등이 바로 대표적인 케이블 대기업이다.

오늘날 미디어 사업의 구도를 보면 방송사와 영화사는 여전히 컨텐츠를 제공하는 뿌리다. 하지만 이 컨텐츠는 케이블 망을 통해 각 가정에 뿌려진다. 인터넷 망 사업 역시 케이블 회사들이 제공하는 서비이지만 인터넷을 통한 분화된 Web TV 서비스가 활성화된다면 주력 상품인 PayTV 서비스가 타격을 입게된다. 특히 초고속 인터넷의 저변화는 Web TV의 화질 향상을 가져왔고 케이블 TV서비스와 인터넷 서비스를 동시에 공급해온 케이블회사들은 사업영역의 불가피한 충돌을 목격하고 있다.

방송사와 영화사는 새로운 수익원이 인터넷에있다고 확신한다. 물론 불법 다운로드로 손해보는 측면도 고려하지만 전반적인 인터넷 컨텐츠 공급의 확산이 이뤄지면 수익성이 보장된다는 사실을 잘알고 있다. 하지만 컨텐츠 업자들은 자신들의 숨통을 쥐고 있는 케이블 망사업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수없다. 그래서 스스로 인터넷 TV 사업에 뛰어든다는 것은 모그룹인 케이블 망사업자와의 불가피한 충돌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 때문에 아직까지 미래 사업인 인터넷 TV 사업에 전폭적으로 뛰어들지 못하는 것이다.

잡스가 고안한 애플TV2는 이런 컨텐츠 공급자와 망사업자의 기존 비지니스를 뿌리채 흔드는 기기다. 그가 “애호가”들을 위한 단순기기라고 연막을 치긴 했지만 컨텐츠 공급업자들은 애플TV2와 같은 기기만 나오길 기다려왔다. 소비자와의 직거래가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미 Netflix란 인터넷 컨텐츠 공급업체는 월 9달러에 디비디급 화질의 무제한 영화, 드라마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곧 HD급 화질로 업그레이드 할 예정이다. 월 9달러는 미국 케이블 가입자가 내는 월사용료의 6분이1 수준이다.
잡스의 그림속에 신제품 기기만 있는게 아니다. 그는 그 그림의 배경에 iCloud란 버추얼 월드를 펼쳤고 이를 위해 10억달러를 투자해 서버팜을 짓는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노스캐럴라이나주의 애플 서버팜은 이미 완공됐고 두번째 세번째 서버팜들이 줄지어 공사중이다. 이는 컨텐츠업계의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할때를 기다리는 잡스의 준비된 포석이었다.

잡스는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준비한 그림대로 세상은 움직이고 있다. 이를 반증하는 것이 바로 애플과 케이블 회사들의 협의 보도다. 애플TV 2의 가치를 파악한 케이블 업자들이 미래형 셋톱박스 준비를 위해 애플과 협의를 나눈다는 점. 잡스의 그림이 아니다면 케이블 회사의 결정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애플 TV2는 지금까진 손바닥만한 작은 기기에 불과하지만 스마트 TV 형태로의 발전은 무궁무진하다. 음악에서 스마트폰 그리고 TV까지, 그래서 애플 생태계의 확장은 실리컨 벨리의 경쟁사들이 속수무책 바라보게 만드는 한편의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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