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2.0] 16. 1억5천만달러 투자의 진실게임

September 24,2011                      hit:(6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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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가 애플 대표로 복귀한 97년 7월 월스트릿은 애플에 대해 6개월 시한부 생명을 선언했었다. 산소호흡기에 의존한채 겨우 생명을 유지하는 판국이었다.

잡스는 대표이사대리 취임과 동시에 유동성확보를 위해 과감한 자산 매각을 진행했고 더 중요하게는 숙명의 라이벌인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거금 1억5천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실로 봉이 김선달이나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진 것으로 이는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는 실리콘 벨리의 미스터리다.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오간 것일까. 가장 유력한 추측론이 존재 하지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를 둘러싸고 벌어진 주변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95년 그래픽 기반의 운영체제 윈도즈 95를 발표하면서 PC 시장의 “제왕”으로 등극했다. 윈도즈 95가 10년전 애플 매킨토시를 배낀 것으로 인식됐지만 그렇다 해도 PC 세상을 정복했다는 불변의 사실 만큼은 높게 평가된다. 하지만 빌 게이츠의 무자비한 "정복욕구"로 인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미지는 영화 스타워즈의 공포스런 존재 “다스 베다”처럼 굳어진 것도 이때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처음부터 소프트웨어 전문 회사였다. PC 여명기에 DOS (Disk Operating System)라는 운영체제로 IBM 하드웨어에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유명해졌다. 또 애플 II 컴퓨터의 운영체제도 DOS 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기 보다는 하드웨어 제조사와의 라이센스 계약을 통해 돈을 버는 비지니스 모델을 완성했다.

여기서 잡스와 게이츠의 차이가 분명해진다. 애플의 제품은 예의 "완벽성"을 앞세우면서 사용자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출시된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은 "일단 출시 먼저" 그리고 사용자 불평이 접수되면 그때서 보완하는 "내맘대로 마케팅 전략"을 구사헸다. 절대적인 시장점유율을 앞세운 "배짱 마케팅"이었다. 이로 인해 윈도즈 사용자들은 "원래 그런것"이란 생각까지 하면서 마치 "스톡홀름 증후군"에 절어버린 말도안되는 상황을 연출했다.

컴퓨터에는 운영체제 뿐만 아니라 응용 프로그램이 필요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피스 등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을 공급하는 것으로 컴퓨터 제조사들의 의존도를 더욱 높여갔다. 만약 컴퓨터 제조사들이 다른 운영체제와의 계약을 고려한다는 소문이 돌 경우 빌 게이츠는 곧 바로 해당 회사에 마이크로소프트의 모든 지원을 단절하겠다고 겁박 주는 것으로 제조사들을 주물렀다.

이런 마이크로소프트의 관행이 수면위로 부상하면서 93년 20여개 주정부 검찰청과 연방 정부 산하 공정거래위원회( FTC)는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를 독과점법 위반혐의로 기소했다.

이렇게 불리한 상황에서도 빌 게이츠는 꿈적도 않고 또 다른 무자비한 경쟁사 내치기에 열을 올렸다. 96년 인터넷 브라우져 회사로 혜성처럼 떠오른 넷스케이프는 그 대표적인 사례였다.

넷스케이프는 최초의 인터넷 브라우져 회사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즈와 애플의 매킨토시 등 어떤 운영체제에서도 돌아가는 응용프로그램이었다. 이전까지 인터넷 서핑은 텍스트 기반의 자료 검색이었지만 넷스케이프가 나타나면서 사진과 동영상 등 그래픽 기반의 인터넷 서핑이 가능해졌고 컴퓨터 사용자들의 필수 프로그램으로 부상했다.

PC 운영체제 시장을 석권한 자만에 빠졌던 빌 게이츠는 뒤늦게 정보통신 수단으로의 인터넷 PC 기능을 깨닫고는 넷스케이프 인수의사를 제의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그러자 인터넷 익스프롤러( IE)란 브라우져를 발빠르게 배포하면서 넷스케이프를 의도적으로 차단하는 작전을 구사했다.

전세계 피씨 10대중 9대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즈란 점을 최대한 활용해 마이크로소프는 인터넷 익스프롤러 브라우져를 공짜로 공급했다. 넷스케이프는 당시 카피당 20달러. 또 브라우져에 포함되는 플럭인(Plug-In) 기능을 익스프롤러에만 최적화시키는 방법으로 넷스케이프가 윈도즈 운영체제에서 익스프롤러 보다 더 느리게 돌아간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불공정경쟁의 결정판이었다. 이 때문에 넷스케이프는 96년 최대 IPO를 기록했음에도 상장 2년만에 문을 닫는 운명을 맞게된다.

게이츠의 이런 비지니스 행위는 도덕적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이미 진행중인 반독점 소송에서 제발등을 찍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운영체제회사와 응용프로그램회사로 찢어질 운명에 놓여있었다. 하지만 IT에 문외한이었던 소송검사가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소송을 몰고가다가는 다죽인 마이크로소프트를 되살려놓고 말았다.

이런 가운데 잡스가 애플대표로 복귀하고는 게이츠의 또 다른 치명적인 약점을 쥐고 흔들 기회를 잡았다. “샌프란시스코 캐년 컴퍼니 스캔들”이 바로 그것이다.

인터넷 브라우져에는 다양한 플럭인 기능이 포함된다. 이 플럭인 기능은 브라져상에서 동영상을 본다던지 음악을 듣게 해주는 또 하나의 응용프로그램이다. 애플에선 퀵타임( Quick Time) 이란 동영상 플럭인을 보유하고 있었다. 웹 브라우져용 동영상 플럭인 기능중 가장 훌륭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었다. 스피드가 관건인 인터넷 브라우져에서 가볍게 돌아가는 장점은 물론 동영상 제작 툴로써도 보안성이 높아 할리웃 영화사의 표준 플럭인으로 환영을 받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즈가 PC 운영체제의 표준이 된것처럼 Quick Time이 인터넷 영화제작 툴의 표준이 될 양상이었다. 컴퓨터의 표준이라면 무조건 독식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졌던 마이크로소프트는 Win Media Player라는 동영상 플럭인을 만들어 사용을 강제했지만 느린 스피드와 불안정성 그리고 보안에 취약한 점으로 인해 퀵타임의 경쟁 상대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게이츠는 넷스페이프에 한 것처럼 운영체제 점유율을 무기 삼아 퀵타임을 죽이려고 기도했다.

이번엔 직접 나선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와 불가분의 관계에있던 인텔을 “마담뚜”로 내세웠다. 브라우져 플럭인 개발 회사였던 샌프란시스코 캐년 컴퍼니(SCC)는 애플과 퀵타임 사용 계약을 체결하고 다양한 동영상 툴을 제작했던 회사다. 96년 인텔은 갑자기 SCC를 찾아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익스프롤러용 동영상 플럭인을 제작해달라면서 퀵타임을 사용해도 좋다는 뉘앙스로 써드파티 계약을 체결했다.

SCC는 인텔과 같은 대기업이 당연히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과의 관계를 정리했겠지하는 생각으로 퀵타임을 이용한 익스프롤러용 동영상 플럭인을 만들어 공급한다. 이 때문에 익스프롤러에서의 동영상 플레이가 갑자기 빨라지고 사용자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잡스가 복귀한 애플에서 이런 무단사용 정황을 파악하는것은 시간 문제였다.

연방정부의 독과점소송으로 코너에 몰려있는 빌 게이츠는 잡스의 퀵타임 무단사용 소송까지 감당할 수 없었던게 분명했다. 그러지 않고는 1억5천만달러의 주권없는 투자, 5년간 맥오피스 지원, 크로스 라이센싱 협약 등 애플에만 유리한 계약을 맺을리가 없었다.

잡스는 한판 법정대결을 가져가는 것보다는 현실적으로 도움을 받아야할 애플의 입장을 고려해 빌 게이츠로 하여금 도망갈 구실을 만들어줬고 게이츠는 잡스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밖에없었을 것이다. 결국 양자 사이에 윈윈의 딜이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두사람의 경쟁관계가 끝난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새로운 시작이었다. 잡스는 당장 애플이 마이크로소프트를 쫓아간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파악하면서 점진적인 시장진입 계획을 세웠다.

97년 겨울 빌 게이츠는 한 인터뷰를 통해 스티브 잡스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던졌다. “이길 수 없는 게임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잡스도)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당시 상황으론 누구도 게이츠의 말에 반박할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10년 앞을 내다보지 못한 실언이었음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당시 주식가치로 따지면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발끝에도 못미치는 회사였다. 하지만 잡스가 대표로 취임한지 12년만인 2010년 애플은 주가 280달러를 넘어서며 시가총액에서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IT 최고가치의 회사로 등극했고 현재는 410달러를 넘어 정유사 Exxon을 넘어 전세계 최대 주식가치의 회사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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